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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불평등 대한민국의 근본 원인,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¹⁾

필자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정희 교수
인터뷰어/사회/대담

대한민국의 현 위치

대한민국에서의 삶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을 단순하게 수치로 표현하면, 2020년 국내총생산(GDP) 1조 6,309억 달러, 1인당 국내총생산 3만 1,497달러, 세계 경제 규모 10위, 30-50클럽 가입(1인당 국민총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을 자랑한다. 동시에 OECD 37개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행복지수 35위, 연간 근로시간 2위, 아동 행복 공동 꼴찌다. 요약하면 대한민국은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로 매우 잘 사는 국가인데도 빈곤한 사람이 많고, 근로는 가장 많이 하고, 가장 불행한 국가가 된다.
왜 그러한가? 많은 사람들이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부의 불평등을 지적한다. 2021년 12월 피케티, 주크만 등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불평등연구소에서 발간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World Inequality Report 2022)가 최근 많이 인용됐다. 이 보고서에 한국이 포함되었는데, 한국의 PPP(구매력 평가) 환산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은 3만3,000유로(한화 38,426,130원)로 유럽의 잘사는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소득 불평등은 서유럽보다 높고 미국과 비슷한데, 하위 50%가 전체 소득의 16%를 차지하고, 상위 10%가 46%를 차지하여 평균 소득 기준으로 소득 상위 10%가 소득 하위 50%의 14배에 이르는 부를 점유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은 한국이 빠른 속도의 산업화와 경제적 발전을 이룬 아시아 4룡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약한 사회보장 환경에서 자유화와 탈규제 경제정책을 동반한 결과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이 35%에서 45%로 증가했고, 하위 50%의 점유율은 21%에서 16%로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불평등 문제의 원인

한국의 불평등 심화가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많은 사람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빈곤 정책의 확대로서의 공공부조의 확대, 사회보험의 포괄성 확대, 일자리의 확대 등이다. 그런데 정작 그 불평등의 근원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근본 원인부터 주목하고 해결하는 것이 그 원인이 야기한 부정적인 결과를 해소 혹은 완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텐데 말이다. 근본 원인을 몇 가지만 짚어보자.

부동산 소득

저서 「불로소득 환수형 부동산 체제론」(남기업, 2021)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토지에서 실현된 자본이득(부동산 판매에 의한 양도소득)은 213조 8천억 원이고, 임대소득은 139조 1천억 원으로 이 둘을 합친 부동산 소득은 352조 9천억 원으로 한국의 GDP의 18.4%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상위 1.2%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면적은 전체 민간토지 면적의 43.5%이고, 전체 세대 중 38.7%는 토지를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 토지를 소유한 세대 중 상위 10분위가 전체 토지 가액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고, 지니계수로 계산하면 0.8111로 극단적인 불평등이 확인된다. 특히 토지에 의한 불평등은 소득불평등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부동산 소득은 전체 소득 불평등 지니계수에 33.5%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를 들어 동일 브랜드의 ‘낡은’ 32평 아파트가 강남에서는 25억에서 30억에 거래되지만, 필자가 거주하는 군산의 동일 브랜드 ‘신축’ 32평 아파트는 5억 내외에서 거래된다. 같은 구조의 같은 평형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다른 이유는 건물의 가치가 아니라 토지의 위치성에서 기인한 가치 때문이다. 건물이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가치는 사람들이 역세권, 숲세권 등으로 부르는 입지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입지 조건은 공공의 자산으로 지하철을 놓고, 공원을 조성하고, 그 지역을 편리하고 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상승한다.
그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하철역을 만들지도, 숲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공공 재원으로 입지 조건을 좋게 만들어서 상승한 부동산의 가치는 그 위치에 존재하는 토지와 건물 소유자에게 전적으로 귀속된다. 모두가 물건을 구매할 때마다, 소득이 생길 때마다 낸 세금으로 각 지역의 입지 조건을 좋게 만들었지만, 그 이익은 부동산 소유자에게만 귀속될 뿐, 모두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이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동의하듯이, 빅데이터의 구축은 일반 시민들이 개별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빅데이터는 인간 활동의 전 영역에 대한 디지털 기록물이고, 매 순간 갱신되고 새로 생성된다.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빅데이터를 보관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보를 추출하여 이윤화하는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가치 증식 활동에 기여하였으나 빅데이터 자체를 생성시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약칭인 GAFA라 불리는 거대 플랫폼 기업은 일반 시민들의 데이터 축적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낸 부를 독점한다. 전 세계적 상위 기업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2022년 1월 기준 주식 시가총액 4위 네이버, 8위 카카오 역시 빅데이터에 기반한 이윤, 플랫폼 시장의 네트워크 효과에 기인한 기업의 이윤을 빅데이터와 네트워크 효과를 만든 모두에게 나누어주지는 않는다. 주주들에게 배당한다.

지식, 특허, 제약

데이비드 볼리어를 비롯한 많은 공유지 이론가와 활동가들이 천착하듯이, 지식에 기반한 가치 생산 역시 상당 부분이 공공의 재원으로 이루어진다. 생의학 분야, 의약품 개발, 공학 분야의 기술 특허 등의 주된 부분은 공공 자금의 연구비 지원을 통해서 그 가치가 생성된다.
예를 들어 의약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혁신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었으나, 특허는 기업과 대학이 소유한다. 그 의약품은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이익은 주로 기업과 주주들에게 귀속될 뿐 국민에게는 극히 일부만이 판매 이익에 대한 세금으로 환수된다.
지식에 기반한 부의 창출은 특정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이 일찍이 주장했던 것처럼 모든 소득의 90%는 이전 세대에 의해서 축적된 지식의 외부효과로 발생한다. 세상의 공유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고, 상당히 많은 연구들이 이미 축적되어 있다.

공유부 배당? 공유부 배당!

현 사회가 누리는 부의 특징이 있다면, 부의 ‘생산의 공공성과 소유의 독점적이고 비대칭적 사적 소유’라 할 수 있다. 생산과 부의 사회적 성격, 개인의 기여뿐만 아니라 공동의 기여로 생산된 부의 상당 부분이 일부 소유자에게 독점적으로 분배되는 현실에서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회가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모두에게 지급하는 분배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공동으로 부를 창출하는데 기여했거나, 천연자원 또는 생태환경처럼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거나, 얼마나 기여했는지 측정할 수 없는 부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분배 시스템을 찾을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는 정관 제2조에 기본소득의 목적을 “모든 사회구성원의 자유와 참여를 실질적이고 평등하게 보장할 수 있는 기본소득제”로, 그 정의를 “기본소득이라 함은 공유부에 대한 모든 사회구성원의 권리에 기초한 몫으로서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되는 소득”으로 규정한다.
공유부(common wealth)란 사회가 생산한 부 중에서 성과의 원리에 따라 특정 주체의 몫으로 배타적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몫, 다시 말해 모두의 몫을 말한다. 기본소득은 그 정당성과 원천을 공유부에서 찾는다. 공유부는 자연적 공유부와 인공적 공유부로 나눌 수 있다. 자연적 공유부는 인류 모두의 것인 자연적 기초에서 나온 생산물이며, 인공적 공유부는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를 측정할 수 없고 따라서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할 수 없는 생산물이다. 이는 역사적, 사회적 효과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함께 기여하고, 함께 물려받은 공유부를 소수가 독점하는 현재의 구조를 변화시키고 모두가 그 부를 함께 향유할 수 있으려면, 모두에게 무조건적으로 개별적으로 동등하게 분배하는 기본소득이 가장 정의로운 방식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사회의 모든 공유부를 기본소득으로 전액 배당하자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공유부의 일부는 노동과 연계되지 않고, 빈곤하게 된 후에 지급되지 않는 기본소득 방식으로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의 몫을 이러한 방식으로 분배할 때, 다시 말해 조건을 충족시키고 사회적 위험에 실제로 피해를 본 후 그 피해를 입증한 사람들에게 사후적으로 일부 구제하는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소득이 분배될 때만이 사람들은 위험에 봉착하기 전에 각자의 삶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실질적 자유는 사후적인 보상이 아니라 현재, 그리고 사전에 적절한 소득이 있어야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하고 구체적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실현될 수 있다.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았고, 공동으로 생산한 부를 일부에게 독점적으로 귀속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모두가 조건 없이 누릴 수 있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비루한 방식의 노동일 때는 거부하고,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혹은 진정으로 원하는 활동과 노동, 여가 등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피터 반스는 <모두를 위한 시민배당>이라는 저서에서 “각각의 모델들을 생각하다 보면 세부사항들 사이에서 길을 잃기 십상이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모델 각각의 특징이 아니라 그 기본을 이루는 철학적, 정치적 선택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으로 돌아가보자. 우리 모두의 공유부를 현재의 구조대로 둘 것인가?
1) 이 글은 필자가 소셜 코리아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