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와 학원만 오가는 대신 사회문제 현장에 찾아가는 청소년들이 있다. 그들이 모인 단체인‘청소년직접행동’은 2021년 1월21일에 창립해 이제 2년이 됐다. 여기서 활동하는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사회문제 현장을 방문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캠페인도 벌인다. 박창우 청소년직접행동 대표는 청소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안전한 운영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는 젊어서 사회운동에 참여했고 지금은 청소년 자녀를 키우며 또 기본소득당 당원이다. 그는 왜 청소년직접행동을 만들었을까? 세상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는 걸까? 광화문 인근의 사무실에서 2022년 11월 9일에 박창우 대표를 인터뷰했다.
청소년직접행동(이하 직접행동)은 어떤 단체인가요?
직접행동은 청소년들의 사회문제에 대한 관심과 문제 해결에 참여하려는 욕구를 구체적 활동으로 만드는 일을 해요. 예를 들어 플라스틱 폐기물과 기후위기 등 환경 문제, 경제적 빈곤과 불평등 문제, 그리고 차별과 혐오의 문제 등으로 프로그램을 나눠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각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현장 활동을 10개의 소주제로 나눠 월 1회씩 1년 단위로 진행합니다. 그 외에 여름과 겨울에 1박 2일로 지역현장여행을 갑니다.
직접행동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궁금합니다.
<플라스틱제로 발걸음>은 플라스틱 폐기물로 고통을 겪는 현장을 방문하고, 캠페인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프로그램입니다. <청소년 빛·글로 세상을 비추다>는 장애인차별, 성차별, 학내 성폭력, 빈곤과 불평등, 청소년 노동인권 등을 현장에서 살펴보고 사진이나 글로 표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모두를 위한 급식>은 학교에서 채식 지향 청소년들이 육류 중심의 급식 식단에서 배제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입니다. 채식 선택권 지지 여론을 형성하려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활동을 합니다. <사회행동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사회문제를 청소년이 직접 찾아내고 정책적 해결방안까지 제시하는 것입니다. 그 활동으로 청계천 전태일다리 인근에서 알바노동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최저임금 위반, 주휴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미제공 등의 문제를 직접 확인했죠. 2022년에 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참가 신청한 청소년은 약 200명입니다. 평균적으로 출석률은 60%정도고요. 청소년들의 바쁜 일상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입니다.
청소년기에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다니는 경험은 흔하지 않는데요, 참가자들의 소감은 어떤가요?
뉴스나 책에서 접했던 사회문제를 현장에서 마주하는 점이 좋다고 해요. 그리고 ‘혼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했는데 생각을 나눌 친구들과 함께 활동해서 좋다’고도 합니다. 참가자들은 사회참여 의지가 강한데 방법을 모르고 알려주는 이도 없었던 거죠. ‘직접행동’을 통해 현장 방문도 하고, 거리 캠페인도 하고, 사진 찍고 글 쓰고, 이 과정에 보람을 느낀다고 해요.
‘직접행동’에서 활동하는 청소년은 주로 어떤 이들인가요?
직접행동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의 생활은 정말 대단해요. 주중에는 학교와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한 달에 한두 번씩 남들은 쉬거나 학원에서 공부할 휴일에, 대중교통도 열악한 수도권 외곽까지 가서 현장 활동에 참가합니다. 주말 아침 10시에 용산역에서 만나서 저녁 5~6시에 용산역으로 돌아오는 활동을 매달 기꺼이 해냅니다. 모이는 곳이 주로 서울의 용산역, 시청역, 영등포구청역 근처인데 양평, 일산, 인천, 용인에서 오는 청소년도 있습니다. 억지로 시킬 수 있는 일이 아니죠. 그만큼 이들의 열의가 높습니다. 에너지가 넘치고 또 그 에너지를 공익적인 일에 쏟으려는 의지도 강합니다.
‘직접행동’을 만들고 지금까지 이어온 과정을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사회운동가로서 저는 제 문제제기나 해결방식이 더는 유효하거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못 낸 사회운동가란 생각에 의기소침했고요. 그러다가 ‘나의 불안과 상관없이 사회문제는 존재한다. 의기소침한 것은 내 세대이고 내 뒤에 태어난 세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계속되는 한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세대도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그러면서 청소년의 사회참여를 위한 단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청소년직접행동’을 시작했습니다. 단체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재정 마련인데, 설립 6개월 후 서울시NPO지원센터의 비영리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선정됐어요. 얼마 후 공공상생연대기금의 비영리 파트너 사업으로 선정되고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사업에도 선정돼 지난 10월부터 이곳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어요.¹⁾ 희망철도재단과 마음동행재단도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활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는데, 다른 고민이 있다면요?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란 점은,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름대로 실천하는 청소년들이 지지를 받고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 비아냥과 조롱을 받곤 한다는 사실입니다. ‘진지충, ×선비’ 같은 말을 듣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이 학교나 또래 집단에서 위축되고 고립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한 방어벽과 교두보가 필요합니다. 저는 동아리라는 풀뿌리 공동체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동아리가 서로를 연결하고 함께 공부하고 의기투합하여 ‘반격’을 준비하는 진지 역할을 담당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런 취지에서 23년도 핵심 사업으로 ‘청소년 사회참여 동아리 인큐베이팅 및 파트너십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보면 ‘선한 영향력’이나 ‘가치 소비’처럼 공익적 가치를 표방한 캠페인이나 광고가 많이 보입니다. 플로깅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직접행동’ 활동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무엇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는가, 어떤 해결방향을 제시하는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가를 살펴봐야겠죠. 직접행동은 기업, 정부, 나아가 일부 환경단체의 그린워싱 행태와 위장환경주의에 매우 비판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환경의 날에 직원들과 자녀들을 데리고 플로깅 환경정화 활동을 하곤 하죠. 한 번에 많은 인원이 같은 옷을 멋지게 맞춰 입으니 멋진 사진을 만들 수 있지만, 대부분 그것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이죠. 문제는 단순히 ‘길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다’가 아니고, 그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도록 막는 사람들을 찾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환경을 파괴하며 돈을 벌고 다른 이의 빈곤과 불평등을 조건으로 풍요를 누립니다, 숨어 있어서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그 반대 편향으로는 ‘원인과 구조’만 강조하며 실제 행동은 하지 않는 모습도 있겠네요.
모여서 회의하는 것이 활동의 전부이고 소리 높여 결의하는 것이 사업의 마침표인 것처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거기서 멈춘다면 세상은 거의 바뀌지 않을 거예요. 사람들의 동참이 있어야겠지요. 문제의식을 프로그램으로 구체화하고, 사람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변화의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합니다. 저는 이것을 흥미, 재미,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불러요. 그래서 ‘직접행동’은 ‘직접’이라는 키워드를 중시합니다. 청소년들이 직접 피해 현장을 방문하고, 피해자를 만나고, 보고 들은 것을 다른 이에게 증언하고, 문제해결에 동참하게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사회참여는 시민의 도덕적 의무라고 가르치기 전에, 하고 싶고 하면서 재미있고 하고 나서 뿌듯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안하려고 합니다.
단체에서 대표님의 역할이 무척 큰데, 비청소년으로서 청소년들과 함께 활동하며 생기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다른 인터뷰에서 “대표님과 청소년들이 나이 차이가 큰데, 청소년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합니까?”라는 질문에 “특별히 노력하지 않습니다. 직접행동의 청소년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것은 저와 친해지는 것이 아닐 겁니다”라고 답변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안하는 것, 요청할 때 적절히 조언하는 것, 청소년들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마음껏 펼치도록 인적 물적 재정적 기반을 갖추는 것, 직접행동에 자부심을 가지게끔 청소년들의 활동을 잘 다듬어 홍보하는 것이 제 임무이고 청소년들이 제게 기대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에게 주어진 시간 외에는, 질문 받은 내용 외에는 가급적 말을 삼가려 합니다”고 덧붙였는데요. 저의 직책이나 경험의 양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저의 제안, 의견, 주장을 정답이나 최종 결정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청소년들의 생각을 넓고 깊게 만들고 의지를 굳건히 하는데 제가 촉매제 역할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청소년들이 저를 ‘우리’에 끼워주지 않을까요? (웃음)
청소년직접행동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23년에는 ‘제2의 창립’이라 할 정도의 조직과 사업 형태의 변화를 시도합니다. 지금까지 직접행동이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청소년 참가자를 모집하는 방식이었다면 내년부터는 ‘청소년 사회참여 동아리 인큐베이팅 및 파트너십 사업’을 병행할 계획입니다. 인큐베이팅 사업은 활동을 계획하는 개인, 팀, 동아리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는데 혼자서 막막한 이들을 도와서 동아리가 자리 잡도록 지원합니다. 파트너십 사업은 사회참여 동아리들이 서로 교류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입니다. 중요한 일정으로는, 내년 5월 20일에 ‘청소년 사회참여 동아리 박람회’를 열 계획입니다. 사회참여에 관심 있는 청소년과 동아리들이 고립된 채 고군분투하면서 힘든 상황이거든요. 직접행동의 지원으로 더 많은 개인, 팀, 동아리들이 새로 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기본소득당 당원들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인터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도 기본소득을 지지하고 있음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기성세대는 청소년에게 또 자녀에게 “너 커서 뭐하고 싶니?‘라고 묻지만 학교와 학원이 생활의 대부분인 청소년들에겐 어려운 질문입니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많아야 하고 싶은 일도 생기고 목표 의식도 강해지고 더 나은 사회를 상상하는 사람으로 자랄 것입니다.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청소년들이 스스로 훌륭한 답을 찾도록 청소년직접행동을 권해 주세요.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청소년직접행동을 추천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1) 인터뷰를 진행한 ‘직접행동’의 사무실인 ‘동락가’는 다음세대재단이 운영하는 비영리 활동가를 위한 공유 사무실이다. ‘동락가’는 해당 건물을 소유한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이 다음세대재단에 무상으로 임대를 주고 운영을 맡긴 곳이다.